▲7년4개월 만에 마주앉은 남녀 랭킹 1위의 대결에서 박정환이 최정을 백 불계로 꺾었다.
대마를 잡고 끝낸 박정환이나 아쉬웠던 최정이나 복기 중에 오누이처럼 정답게 미소를 주고받았다.
한국바둑의 남녀를 대표하는 두 기사의 대결에서 박정환이 최정을 이겼다.
2012년9월 삼성화재배 본선에서 처음 만나 박정환이 승리한 이후 좀처럼 마주칠 기회가 없었던 두 사람이었다. 7년4개월 만의 두번째 만남이 3일 저녁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2019-2020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4라운드 2경기에서 이뤄졌다.
7년 전과는 위상이나 경험 면에서 확연히 달라진 최정이 어떤 승부를 펼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진 대국에서는 최정의 아킬레스건인 초반 포석의 약점이 이번에도 그대로 노출됐다.
박정환이 이른 시기에 우세를 잡았다. 중반부터 두터움을 이용한 최정의 추격이 시작됐다. 하변에서 전과를 올리면서 AI 그래프가 점차 호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위기감을 느낀 박정환이 우변 승부처에서 칼을 뽑았다. 백 두점을 내준 대가로 우상귀 흑 대마 사냥에 성공했다. 대국이 시작한 뒤 1시간17분, 176수 만에 대마가 잡히며 승부가 끝났다.
최정을 상대로 2승째를 거둔 박정환의 승리는 이날 경기의 선취점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후의 네 판은 모두 셀트리온이 가져 갔다. 신진서, 조한승, 한상훈이 각각 송지훈, 최재영, 홍기표에게 승리했고, 최종국에서는 이호승이 원성진 마저 잡으며 격차를 벌렸다.
▲속기에서 장고대국으로 자리를 바꾼 전반기의 재대결. 신진서(오른쪽)가 송지훈을 다시 꺾고 상대전적 3승을 기록했다.
"초반엔 좀 안 좋았는데 하변 접전에서 백돌을 잡으면서 이길 수 있었다"는 국후 소감.
'리그 제왕' 신진서는 송지훈을 재차 불계로 제압하고 개막 13연승을 달렸다. 13연승은 자신이 두 차례나 기록한 12연승을 넘는 한 시즌 최다연승 신기록이다. 9연승으로 마친 지난 시즌을 합한 연승 숫자는 22연승. 19연승부터 신기록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 밖에 셀트리온은 한상훈이 홍기표를 상대로 혹독했던 6연패의 사슬을 끊어내고, 퓨처스 이호승은 전반기에 이어 다시 원성진을 꺾었다.
혼돈의 6승 대열을 벗어나 7승에 안착하며 7위까지 밀렸던 순위도 4위로 끌어올렸다. 2위 Kixx(7승5패)와는 불과 반 게임차다.
셀트리온 백대현 감독은 "선두 물가정보 외에는 승수 차이가 거의 없기 때문에 2위를 목표로 매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으며 "(다음 라운드 상대인) 물가정보와는 전반기에 겨뤄 승리를 했었고 최근에 신진서 선수의 연승, 이호승 선수가 살아나고 있고 한상훈 선수도 연패를 끊어서 좋은 승부를 펼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9개팀이 더블리그를 벌여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다섯 팀을 가리는 정규시즌은 4일 포스코케미칼(5승7패.7위)과 수려합합천(6승5패.3위)이 14라운드 3경기를 벌인다.
대진은 박건호-박종훈, 최철한-박영훈, 변상일-이지현, 이창석-박승화, 김세동-박상진. 전반기엔 수려합합천이 3대2로 승리한 바 있으며 변상일-이지현(승), 김세동-박상진(승)은 리턴매치다.
▲랭킹과 지명, 상대전적(3승) 등 모든 면에서 앞선 조한승(왼쪽)이었지만 올 시즌의 최재영은 사람이 달라진 지 오래다.
시종 밀고 당기는 샅바싸움이 오간 끝에 조한승이 반집을 남겼다.
▲전반기에 원성진을 꺾고 팀 승리를 결정했던 이호승(오른쪽). 이번에는 백 대마를 포획하며 팀 대승에 마침표를 찍었다.
▲6연패에 신음하던 한상훈이 홍기표를 꺾고 어둠의 터널에서 벗어났다.
중반까지 좋았던 홍기표의 패인은 우변 백 대마를 지나치게 추궁한 것.
▲개막 13연승으로 한 시즌 최다연승 신기록을 세운 신진서(오른쪽).
"작년에는 기대보다는 좋은 성적이 나왔는데 올해는 노력해서 더 멋진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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