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상일이 슈퍼리그 8경기에서 중국의 투샤오위를 물리치고 2연승로 선두권에 진입했다. [사진: K바둑]
변상일 바둑이 이토록 재미있었던가.
한국3위 변상일이 때 이른 한여름 밤의 납량특집을 선보였다.
‘납량특집’은 시원해야하고 반전스릴러가 있어야 한다. 바둑에서는 무엇보다 역전이 우선되어야 하는데, 그것도 AI 승률그래프가 바닥까지 곤두박질쳤다가 급격하게 죽 올라오다 천정을 뚫고서야 멈추는, 그런 파격이어야 한다. 오늘 변상일 바둑이 딱 그랬다.
21일 오후7시 타이젬 대국실에서 속행된 2021 TYGEM 한중슈퍼리그 1차대회 9경기에서 변상일은 중국48위 투샤오위(18)와의 대결에서 초대형 대마를 잡고 180수만에 역전 백불계승을 거두었다.
이로써 변상일은 12명의 한중선수 가운데 박정환과 함께 2승으로 공동선두권을 형성했다. 같은 승수라면 집 차이로 순위를 가른다는 규정에 따라 박정환은 +22.5, 변상일은 +15.5. 깻잎 한 장 차이로 2위에 랭크되었다. (대진표 참조)
▲우상과 좌하까지 연결된 거대한 흑 대마가 속절없이 잡히고 말았다.
원래 변상일이 싸움이 세긴 하다. 다만 올해 글로비스배를 준우승하고 작년엔 중국 신인왕전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투샤오위 역시 기세라면 뒤질 것 없는 겁 없는 신예. 더욱이 슈퍼리그 1차전에서 바둑리그 17연승에 빛나는 원성진을 넉 아웃시키고 이미 1승을 기록하고 있었다.
초반부터 두칸 굳힘을 따라하며 서로 기세싸움이 시작되었다. 중반 초입에 들어 우상귀에서 변상일이 정석 선택을 잘 못하는 사이에 승률그래프가 일시에 바닥까지 기울고 말았다. 그러나 결론적로는 그래프의 낙차는 서로 몇 번을 반복하게 된다. 피차 인공지능이 아닌 인간지능같은 바둑을 두었다는 의미.
결국 우상귀에서 패가 생겼다. 이 패를 둘러싼 공방에서 변상일은 상대의 실수를 등에 업고 바둑에 균형을 맞추게 된다. 투샤오위가 좌변 백을 뚫으면서 만족할 때 우상 방면을 해소하며 실리의 균형을 맞춘 것.
또다시 상변부터 중앙일대까지 서로 미생마를 사이에 두고서 둘이 얽혀가면서 이미 한번 대국방에 들어온 이는 등을 떠 밀어도 나갈 수가 없는 상황으로 돌변했다. 그러나 아슬아슬했을 뿐이지 결국 투샤오위가 우세한 내용이었다.
<참고도>
결국 대 파국을 맞는다. 아래 <참고도> 흑1로 투샤오위는 일단 살아두고서 백대마를 살려주어도 좋았다. 대마를 잡으러가다가 ‘스톱’하기는 실전심리상 쉽지 않다. 이때부터 변상일타임이 되고 있었다.
마치 우하귀 백대마가 수습하기 위한 발버둥을 치는 동안 흑은 하변을 돌보고 있었다. 이때 변상일을 쳐다보기도 부담스러운, 우상에서 좌하까지 대각선으로 쭉 뻗은 대마에 눈길을 주던 변상일. 그대로 수상전에 돌입하자 딱 한 수 차이로 초대형 대마를 잡고 투샤오위의 항서를 받아낸다.
다음 한중슈퍼리그 경기는 6/22(화) 오후7시 윤찬희-판팅위, 6/23(수) 오후7시 원성진-세커 대결이 이어진다.
2021 타이젬 한·중 슈퍼리그 1위 상금은 1천만원, 2위에게는 4백만원이 지급된다. 동률 발생 시 모든 대국 결과의 집 차이를 합산해 높은 순으로 순위를 결정한다. 불계승인 경우 10집으로 계산하기 때문에 최대한 차이를 좁혀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대국은 타이젬 대국실 대회서버에서 진행되며 제한시간은 10분 초읽기 30초 3회가 주어진다. 한·중 슈퍼리그는 4월부터 12월까지 년 3회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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