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棋龍戰 최종결승에 진출한 김정훈(29).
오후4시20분에 개시된 승자결승이 무려 4시간이나 걸렸다. 통상 아마대회 결승은 2시간 남짓임을 고려하면 대단한 열전이었다.
마지막 한집까지 메우고 난 후 두 선수는 거의 탈진했다. 수많은 결승을 관전했지만 이렇게 사력을 다한 판을 본 기억은 없을 만큼 치열했다. 아마바둑사상 최고의 상금을 건 黎明의 劍-棋龍戰 승자결승은 이렇게 마지막 한집의 주인이 승자가 되는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최종결승에 선착한 랭킹5위 김정훈(29)은 드러난 랭킹보다는 윗길이다. 棋龍戰 최종 우승까지는 한 고비가 남았지만, 준우승상금 1400만원은 확보했다. 승자결승이 끝나고 난 후 그와 나눈 일문일답.
▲장장 4시간에 걸친 대 혈전을 마치고 난 직후 모습. 조성호-김정훈.
최종 결승에 올랐다. 소감은?
걱정이다. 3개월 전에 새롭게 도전한 회사에서 이틀간 휴가를 냈는데, 또 하루 더 휴가를 내야 하니까(웃음). 생각보다는 덤덤하다. 아직 한판이 남아서일테다.
부모님이나 가족들이 이 대회에 참가하는 지 알고계신가?
대회 참가했다고는 알고 있는데 별 기대는 안하실 거다. 대회 기간 내내 통화도 한 번 안했으니.
최종결승까지 가장 어려웠던 판이라면 당연히 이판인가?
예선에서 조재영에게 패한 바둑이 당연히 어려웠고, 본선에 와서는 조성호와의 이 한판이 가장 어려웠다. 무엇보다 내용에서 밀렸다. 아무래도 초반 공부가 안 되어있어서 그냥 쉽게 처리하려고 했는데 그게 화근이었다. 하변에 집을 크게 만들었는데 그곳을 상대가 쳐들어와 쉽게 살아서는 완패한 내용이다. 나중 패 싸움을 할 때는 패만 이기면 반집을 남길 것을 예감했다.
기존 대회에서 몇 번 우승했나?
4~5년전부터 1년에 한번 꼴은 했던 것 같다. 문경새재배, 노사초배, 여명의 검, 3·15대회 등 4~5차례 되는데, 모두 군에서 재대한 후에 우승한 것이다.
이번 대회가 여타대회와 분위기가 많이 달랐을 것 같은데…
통상 체육관에서 치르는 종합대회와는 분위기 자체가 차분해서 좋았고, 무엇보다 바둑알과 바둑판이 고급이라서 좋았다(웃음). 아무래도 상금이 크니까 모두들 사력을 다했고, 평소보다는 뭐랄까 묘한 긴장감에 야릇한 기분이었다.
하성봉 김정선 최우수 박지웅 등 최근 나이가 든 선배들이 여전히 성적을 내는 편이다. 본인도 선배 축에 들어가는데,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
과거 선배들이나 내가 연구생 할때와 비교해서 (후배들은)절실함이 살짝 부족하지 않나 싶다. 우리 때는 ‘프로만이 살 길’이라는 생각으로 오직 한가지에만 매진했고 그만큼 절실했던 것 같다. 또 잘 두는 친구들이 엄청 많았기 때문에 덩달아서 공부했던 것 같다. 최근에는 층이 얇아진 점도 있는 것 같다.
자신의 바둑스타일은 어떤 편인가?
힘이 좋아서 역전형인데, 남들은 끝내기가 강하다고 한다.
黎明의 劍 대회와는 인연이 있는 편이다. 이번 棋龍戰을 직접 참가한 선수로서 소회를 말한다면?
입단대회 말고는 내겐 큰 승부가 없었다. 상금이 크니까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승부의 마력이랄까, 어떤 짜릿함은 말로 표현하지 못한다. 승부를 하는 사람이 그러한 매력이 없다면 신이 나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아마선수들이 스스로 자부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고 또 스스로 바둑에 대한 권위를 세워야 한다고 본다.
※ 이 기사는 현장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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